넘쳐나는 연예프로그램과 연예부 기자들, 그 가벼움
체계적인 연예뉴스 생산시스템 마련, 시급
언제부턴가 연예인들의 일상사가 우리 사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기자 누가 누구랑 사귄다더라~" "가수 누가 자동차 사고를 내고 뺑소니 쳤더라~" 같은 연예인들의 사건사고에서부터 소소한 신변잡기까지 연예인 관련 소식은 우리 생활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소위 일반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스타급 연예인과 관련된 소식일 경우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심한 경우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 재생산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드라마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와 보아, 소녀시대, 동방신기 같은 한류스타들의 열풍 이후 연예계 산업의 급성장으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편승해 이들의 소식을 전하는 관련 언론매체나 공중파 및 캐이블TV 연예프로그램 또한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이는 연예산업의 급팽창에 따른 관련 산업의 덩달은 팽창으로 풀이된다. 기존 공중파 연예정보프램인 KBS의 '연예가 정보'나 MBC의 '섹션TV연예통신' 외에도 아침 시간대 주부 대상의 정보프로그램, 캐이블TV의 연예정보프로, 부쩍 늘어난 인터넷 연예매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런 양적 팽창이 질적팽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공중파의 전통적인 연예프로그램들은 준비되지 않은 신예 리포터들을 대거 등장시켜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말 실수로 종종 물의를 일으키기 일쑤다. 이들은 전문 연예부 기자들이 아니다 보니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특정 사건이나 현안에 대한 밀착취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된 리포트로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 시간대 정보프로그램들이나 몇몇 캐이블TV 연예프로그램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포츠신문이나 인터넷 매체 소속의 연예부 기자들을 섭외해 관련 멘트를 내보내고 있다. 일종의 취약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준비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출연하는 기자들이 몇몇 기자들로 한정 돼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두번씩 출연하는 기자들은 이름도 생소한 인터넷 매체 소속 기자들로 시청자들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명 배껴쓰고 따라쓰는 기사에 익숙한 인터넷신문 기사에서 자체 취재생산한 기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팩트 확인여부가 불분명한 기사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워낙 잦은 이직이 일어나고 있는 이들 매체 생리상 최소한의 기자 경력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소 7~8년 이상 연예부 전문기자로 활약하며 권위를 획득한 기자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연하는 기자들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기존 전문 연예매체에 적을 두고 있는 이른바 전문성을 확보한 연예부 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것도 아닌 잠시잠깐의 멘트를 위해 쉽게 외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 리포트에 깊이가 없고 이미 인터넷과 항간에 떠도는 수준에서 크게 차이 없는 앵무새 수준에 머문다. 단편적인 "이었더라" 식의 소식을 전하다보니 매번 프로그램은 수다방 같은 토크쇼 수준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만 더 증폭시킨다. 너도나도 연예 관련 프로그램만 편성하기에 앞서 자체 전문 취재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연예산업에 대한 팽창, 우리사회 연예계 소식에 목말라 있는 대중들의 팽창에 대한 연예부 전문기자의 양성 및 확보는 시급한 실정이다. 가뜩이나 연예계 관련 소식은 그 민감한 성격상 온갖 가십과 루머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흔히들 인터넷과 지하철, 회사 사무실, 동네 미장원, 찜질방 등에서 사실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얘기들이 통제 없이 유포되고 있는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이로인한 폐해는 이미 여러차례 확인되고 있다. 인터넷 악플로 특정 연예인이 좌절하고 상처받고, 심지어는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그뿐인가. 유언비어나 괴담에 가까운 악성 루머들이 떠돌아 민심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좀더 체계적이고 검증된 연예계 뉴스생산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진 속 프로그램은 글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