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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경남 함양 영각사를 찾아서...1

펜아우라 2014. 1. 26. 12:39

 

 

 

토요일 휴일을 이용 당일치기로 경남 함양을 다녀왔다. 북수원 라푸마점에서 마련한 남덕유산 눈꽃산행을 위해

찾은 함양은 생애 처음이다. 이것저것 준비없이 급하게 산행을 결정해서 쫓아 간 곳인데 역시 해발 1400 고지가 넘는

큰산 덕유산은 그런 준비안된 얼띠기 인간에게 쉽게 입산을 허락하지 않았다.

남덕유산은 진주 남강의 발원지인 참샘이 있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이또한 아쉬웠다.

 

체력 부족으로 아내가 초반에 일찍 손을 들어버리는 바람에 향적봉 정상 구경은 애초부터 포기했다.

아쉬웠지만 다른 일행에게 짐이 될수는 없는 일...대신 코스의 시작점이던 영각사를 찬찬히 돌아보고 그곳

관리인의 따뜻한 배려로 화목난로에 둘러앉아 추위도 녹이고, 고구마며 구운 가래떡까지 얻어먹는 호사를 누렸다.

 

영각사가 위치한 곳은 해발 600고지. 일주일 전엔가 내린 눈이 아직도 절 곳곳에 녹지않고 쌓여있다.

이 절은 신라 헌강왕 때 창건 된 절로 경남 합천 해인사의 말사라고 한다. 적당한 규모의 절이

안온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평온함을 준다.

 

함양군 서상면 조산마을 인근, 남덕유산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한겨울 고즈넉한 느낌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사찰...

무엇보다 화려하지않고 번잡함이 없어 좋다. 아쉽게도 절은 6.26 전쟁 통에 사찰 대부분이 소실돼 새롭게 중창간 했다고 한다.

절 입구에 구광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롭게 지어 현대적인 느낌이 나고, 그나마 오래된 느낌의 목조건물인

구광루가 고색적 느낌을 준다. 옛스런 부조 문양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구광루는 전쟁 통에 요사채로 쓰여 그나마

소실의 불운을 빗겨간듯 하다. 영각사는 대웅전 뒤로 소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어 절의 품격을 더해주고 있다.

소나무와 갈대가 한데 어우러져 한편의 동양산수화를 연출한다. 절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곳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을 들이마시며 한참을 발길을 멈추어 서 절 전체를 굽어보았다.

 

비록 덕유산 정상에서 얻을 수 있는 희열을 맛보진 못했지만, 뜻하지 않았던 덕유산 자락 영각사에서

잠시나마 잡념들을 씻어내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었다. 지상의 최고봉에서 승자의 쾌감을 얻는 대신, 한참 아래인

지상의 낮은 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니 큰 소득이 아닐수 없었다.

 

절을 관리하는듯한 현지인의 은혜로 다른 산행차 찾은 분들과 한데 어울려 군고구마와 떡도 얻어먹었다.

이곳 주지스님이 서울 명문대를 나온 분이며, 이곳이 합천 해인사 말사라 하루 세번 엄격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는 곳이라는 등

절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도 들려준다. 또 부부생활을 잘하는 법, 건강식인 보리순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시간 넘게 듣고, 나누고 하니 겨울추위마저 느낄 새 없이 훈훈하게 흘러갔다.

 

<영각사>
       경남 함양군 서상면 덕유월성로 567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1047 (지번)
전화
055-963-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