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엿보기

홍서범 콘서트 관람 후기...

펜아우라 2016. 7. 21. 16:39

 

EBS 스페이스 다시 공감 홍서범 편...

모처럼 아내와 함께 도곡동 교육방송 콘서트홀 방문.

 

80년대 대학가요제 활황기, 건국대 재학 중 옥슨80’이라는 밴드로 가요제에 출전해 데뷔곡 불놀이야를 통해 정식 가수가 된 홍서범. 그의 데뷔곡 불놀이야는 우리 문단 최초의 자유시인인 주요한의 시를 노랫말로 쓴 곡이다.

 

홍서범의 가수의 길 시작은 록커였다. 이후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 ‘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 않았어요’ ‘내사랑 투유같은 발라드부터 구인광고’ ‘김삿갓같은 댄스풍의 노래까지 나름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섭렵하고 히트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우후죽순 생겨난 TV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본업인 가수의 길을 소홀히 한다. 이때 진지함보다는 코믹한 방송인 캐릭터로 이미지를 남긴다.(어쩌면 그를 아는 많은 대중의 머릿속엔 그때의 이미지가 지금의 홍서범의 이미지로 굳어진 측면이 강하다.) 살짝 김흥국과 비슷한 길을 걷는 개그형 가수(개그싱어), 어느 날 생계형 방송인이 돼 버린 홍서범. 스스로를 종합 예술인으로 홍보하던 홍서범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다 2000년대 초 7080세대 문화가 다시 부활하며 그 중심에 서 있던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대거 대중의 호출을 받게 된다. 20043월쯤 대학가요제 출신 멤버들이 다시 주축이 돼 대규모 7080콘서트를 세종문화회관서 갖기도 했다. 인사동의 한 지하카페서 당시 관련 기자회견을 갖던 장발의 홍서범씨가 지금도 어제처럼 떠오른다.

 

어제 공연에선 에어컨 감기로 초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홍서범. 특유의 재치만점 입담에 너스레를 떨더니, 세 네곡을 부른 후에야 목소리가 풀린 듯 실력을 뽐냈다. 그가 자랑하는 임기응변에도 탁월한 강점을 보인 어제 콘서트...

그의 짝 미녀가수 조갑경이 중간 깜짝 출연해 둘의 듀엣 히트곡 내사랑 투유를 절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기석에서 남편 홍서범의 초반 불안한 연주를 가슴 조리며 지켜봤을 조갑경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천상 아내의 내조 같은 것이 느껴져 둘의 멋진 하모니는 더욱 훈훈한 순간이었다.

 

사실 홍서범이 요즘 유행인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 ‘복면가수같은 프로에 출연할만큼 노래로 승부거는 수준급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실력없는 뮤지션도 아닌 이가 또 홍서범이다. 겉으로 떠 있는 듯해도 상당한 깊이가 느껴지는 철학과 내공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그가 언뜻언뜻 내뱉는 말들 속에서 감지된다. 음악가로서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수준급 기타연주실력, 호소력 짙은 발라드곡 작사작곡 능력에 스스로도 설명하듯 김삿갓 같은 노래는 정말 서태지 훨씬 이전의 랩 기 충만한 노래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런 전위(?)적인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만 봐도 충분한 실력자임은 분명하다.

 

특유의 입담과 대중 친화력, 초기 대학가요제 멤버로서 이후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는 상징성. 80년대 대학문화를 대변하는 문화적 코드로서 홍서범의 존재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홍서범도 어느덧 우리 나이 60 가까운 나이, 더욱 자기관리에 충실하여 영원히 팬들 곁에서 호흡하는 대중스타로서 남아주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