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도 지나고 봄기운이 전 우주에 뻗친다...
만물이 하나둘씩 여기저기서 생명의 싹을 틔우니 우리의 정신 또한
이 리듬에 맞춰 활짝 기지개를 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토요일 하루는 집에서 빈둥빈둥 소일하고, 일요일은 날씨가 좋아 아내와 손을 잡고
안산의 대부도 해솔길을 운동삼아 트렉킹 목적으로 찾아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차들로 빼곡해 사람들로 복작댄다. 평일이었으면 한산했을 곳인데
휴일은 휴식도 이렇게 사람구경이 돼 버린다. 간만에 운동삼아 구봉도 산허리를 가볍게 걸으며 바다도 보고,
야생화도 보고, 사람도 보고, 해솔도 보며 쉬엄쉬엄 목적지인 주차장으로 2시간여 걸었더니
가볍게 잔 짬도 맺히고 나름 운동효과를 본다.
산길을 걸으며 반가운 노루귀꽃을 만난다. 여기저기 고급카메라를 든 한떼의 출사객들이
전문 사진가 못지 않은 장비와 폼으로 제각각 노루귀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백과사전을 들춰보니 학명 노루귀 (Hepatica asiatica, 뜻: 인내)는 꽃말이 믿음과 신뢰로 나온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 긴 겨울을 용케도 버티고, 그 소박하고 가녀린 몸짓을 한채 낙엽무더기 사이로
빼꼼히 얼굴 내민 수줍은 소녀같은 노루귀의 자태가 더없이 고울 수가 없다.
트랙커들마다 옅은 탄성을 자아내며 녀석을 반기는 마음도 우리부부 맘 같았으리라...
녀석을 온몸으로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곁에 바싹 엎드려 탐닉에 빠져든 저 사진사도
아마 봄의 초입에 맞는 진객 노루객의 매력에 이미 흠뻑 빠져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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