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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의 경제별곡] 사라져가는 가족공동체의 또 다른 이름 ‘동지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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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아우라 2016. 12.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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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의 경제별곡] ‘동지팥죽’ 사라져가는 가족공동체의 또다른 이름

이완재 기자  /  aura@ftoday.co.kr  /  2016.12.21  11:39:01


  

▲ 오늘은 동지, 동지팥죽 먹는 날. 사진 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완재 기자] 오늘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다. 전통적으로 동양문화권인 우리나라는 음력풍습과 세시풍속을 중히 여겼다. 동짓날이면 동지팥죽을 쑤어 먹고 다가올 한해의 액운을 피하고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팥을 쑤어 찹쌀을 빻아 만든 새알 옹심이가 들어간 팥죽은 별식이자 겨울 초입 으레 먹어야 할 음식이었다.


선조들은 붉은 팥에 귀신이 싫어하는 기운이 있다하여 붉은색 팥죽을 먹고 액운을 물리쳤다. 아쉽게도 지금은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만드는 일이 번거로워 동지 쑤어먹는 집이 드물다. 몇몇 대형 푸드사가 내놓는 인스턴트식품이 할인마트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지팥죽 먹는 풍속도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나마 그 존재를 떠올리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도심 속 재래시장을 찾아 추억의 별미를 맛보기도 한다.


기자의 유년시절엔 이 동지팥죽을 먹어야 그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었다. 동짓날이면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고 가마솥 가득 죽을 쑤었다. 그날은 온 가족이 밥상 앞에 둘러앉아 양푼 가득 동지팥죽을 먹는 날이다.


전날 방앗간에 하얀 찹쌀가루를 미리 빻아오는 등 어머니의 대단한 수고로움이 녹아든 음식. 그것은 단순한 죽이 아닌 정성과 영혼의 소울푸드(soul food)였다. 기자도 어머니를 도와 새알 같기도 한 옹심이를 빚었던 기억이 새롭다. 정식으로는 세알심이라 불리는 찹쌀 경단은 팥국물만으론 허전하기 쉬운 팥죽의 감초 역할을 한다.


팥을 쑤어 으깬 후 가라앉은 팥앙금이 동지팥죽의 주연이라면 세알심은 팥죽의 조연 같은 존재다. 이 둘이 조화를 이뤄 달콤하고 구수한 팥죽 본연의 진한 맛을 완성해낸다. 문헌에는 동지팥죽의 새알심은 가족들 각각의 나이수대로 넣어 먹어야한다고 나와 있다. 보통은 자기 나이 이상으로 이 세알심을 먹는게 다반사다.


팥죽은 막 끓여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 먹어도 맛있고, 차갑게 식어 죽 위에 팥앙금이 살짝 굳어 표피가 생겼을 때도 또 맛있다. 한겨울엔 살얼음이 살짝 언 시원한 동치미국물과 곁들여 먹어도 제격이다. 겨울철 최고의 별미이자 간식이라 할만 하다.


무엇보다 가족과 다함께 먹는 음식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 동지팥죽이다. 가족의 해체로 대화가 단절되고 잔인한 살인과 범죄가 난무하는 시대, 동지팥죽 한 그릇의 가치는 새롭게 다가온다. 어쩌면 동지팥죽은 오늘날 사라져가는 가족공동체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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