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완재 기자] 동국제강 장선익 이사(34)의 취중난동으로 또다시 재벌 후손들의 일탈이 회자되고 있다. 장 이사는 동국제강 창업주의 4세로 현재 수감중인 장세주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장 이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이사는 26일 오후 8시45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물컵을 던지고 양주 5병을 깨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이사는 이달 초 34살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동국제강 이사로 파격승진했다. 특히 그룹의 비전을 수립하는 비전팀을 이끌며 삼촌인 장세욱 부회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 장세주 회장은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아버지에 이어 장남인 아들까지 불미스런 일로 연루돼 기업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이번 사건 이후 장 이사 측은 혐의를 시인하며 배상을 약속하고, 술집 주인과도 화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개인적으로 공식사과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안타깝다.
동국제강 말고도 최근 한 중소기업 오너 2세로 알려진 임범준(34)씨가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으로 사법적 책임을 물게 됐다. 임 씨의 경우 사건이 터진 직후 네티즌들 사이 회사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이 일로 2년 전 큰 이슈가 됐던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땅콩 회항사건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최근 기업 안팎으로 이처럼 창업주 2세나 3세, 4세가 일으키는 사회적 말썽이 문제다. 잠잠하면 터지는 재벌 후손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놓고 도덕적 불감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재벌가 자손들의 위치는 일반인과 사뭇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이나 셀럽 못지않은 공인으로 인식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부(富)는 부지불식간 이 사회에 금권력(金權力)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굴지의 재벌마다 갓 20이 안된 청소년이나 초등생에게 수십, 수백억대의 주식을 대물림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일종의 부의 대물림, 편법적 경영승계인 셈이다. 일찍이 어린 나이에 남부럽지 않게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신적인 면도 함께 훈련돼야 사회적으로도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잇단 재벌 후손들의 사고사건이 그 반증이다.
한편으론 이들 역시 인간이기에 자유로운 생활을 갈망하는 것 또한 이해는 된다. 그러나 특별히 자신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이들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것이 그들의 태생적 한계이자, 불행일 수 도 있다.
거두절미하고 재벌 후손들의 일탈은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오너리스크다. 새해 2017년에는 이들의 철(?) 없는 일탈을 더 이상 뉴스로 접하는 일이 없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