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팩트 이인권 편집위원 겸 논설주간] 오래 전에 서울의 어느 한 언론사에 있으면서 편집 부문의 해외교류를 중점 추진 할 때의 일이다. 그때 창간 몇 주년 기념으로 ‘우리 신문의 편집 방향은 가능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뉴스를 전하는 것‘이라고 소개 하면서 해외 저명 언론인의 메시지를 섭외 해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그 세계적 명성의 언론인이 이렇게 말했다. “신문에 좋은 소식만 많이 실으면 독자가 멀어진다. 정치인의 부정부패와 같은 짜릿한 기사를 보도해야 신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게 신문의 속성이다.”
한국의 언론은 그 속성에 충실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환경을 갖고 있어 축복(?)일성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명 기업가나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한국사회가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적폐청산부터 기득권층에 대한 미투운동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부정과 비리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역대 대통령 가운데 명실상부하게 명예롭게 소임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싶다. 그동안 권력의 친인척이나 실세들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고는 했었다.
지금까지 보면 모든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도자들이 저마다 밝은 선진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외쳐댔지만 지나고 보면 발전은커녕 하나같이 퇴영된 행태를 답습해 왔으니 한탄스럽다.
분명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이나 정서적으로 피폐해져가는 현상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넉넉해졌는데도 대부분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권력과 재력을 누리는 우리 사회의 소수 특권층이야 민생의 반열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웰빙과 장수로 포장된 미래사회에 대해 온통 걱정들에 국민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는 최하위에 맴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요즘 서민들은 경체침체에 생활이 빠듯하게 되고 청·장년들은 일자리를 못 찾아 헤매며, 특히 720만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냉엄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득권층의 사회적 일탈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권력형 비리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은 똑똑하면서도 어리석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권불오년화무십일홍(權不五年花無十日紅)’이라했던가? 권세가 아무리 센들 그것은 유한하니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자중해야 하는 진리를 모르는 게 아쉽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폴레옹도 ‘영예는 잠시 지나 영원히 잊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정말 우리사회에서 정치인(politician)이 아닌 참다운 정치 지도자(statesman)가 필요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부자가 되도 국민과 같이 가난해도 국민과 같이 가난하다는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특권 없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진정 군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섬기는 정치지도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 이상 국민이 뽑은 정치인과 그 권력에 줄을 댄 특수층이 국민과 괴리된 정서를 보여주는 현상은 척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권세로 부자 되는 것보다 정직해서 가난한 국민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제임스 프리먼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 지도자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에 정치인들은 넘쳐나지만 정치 지도자는 기근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역사를 통해 나라를 세우는 일과 같은 위업을 이룬 사람은 정치 지도자였다. 지금 우리사회에 선진한국의 건국과 같은 지대한 과업에 긴요한 것은 ‘정치’(politics)가 아니라 ’정치 지도력‘(statesmanship)이다.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success-ceo@daum.net)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13년 동안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석세스 패러다임> 등 다양한 주제로 14권을 저술했으며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브랜드 인증,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예술경영가로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예술경영 미디어컨설팅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