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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이 그리워지는 요즘

노래는 추억을 싣고~♫

by 펜아우라 2009. 4. 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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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수사가 가장 어울리는 가수를 들라면 주저 없이 정태춘(사진 정태춘과 박은옥)을 꼽고 싶다. 이 노래 <북한강에서>를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이 어렴풋하다. 아마 통기타를 배우겠다고 깝신거리던 중학교 때쯤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 나이에도 당시 이 노래 말고도 그의 히트곡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촛불>등의 노래를 묵직하게 받아들인 기억이 있다. 

    

  

노래 한곡한곡에 스며있을 참의미도 모른 채 다른 경박(?)한 노래들과는 무언가 격이 다른 느낌에 그저 좋았던 게다. 그 나이 또래 정서와는 사뭇 달랐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삶이 힘들 때 가끔 꺼내듣는 단골노래 메뉴로서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노래는 어찌보면 정태춘의 생김새만큼이나 칙칙하고 우울하기 그지 없다. 전주부터 끝까지 시종 전운이 감도는 듯 무겁고 어둡다. 늦은밤 대학가 학사주점 같은 동동주 전문점이나 양수리 통기타카페 같은 곳에서 부르면 누구나 최고의 가수로 칭송받을 노래로도 제 격이다. 노래가사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노래 분위기, 그러나 이것이 묵은 된장처럼 질리지 않는 그의 노래 특징이자 깊은 매력 중 하나다. 철학적인 냄새마저 물씬 풍기는 노랫말과 노래풍은 듣고난 후 매번 긴 여운을 준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간밤에 통음이라도 했을 한 사내. 그 사내가 서울이라는 문명에 부적응하고 피안의 공간 원시의 북한강에서 새벽에 맞는 삶의 희망 같은 것이 감지되지 않는가! 노래에서 희망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몸부림을 발견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우울한 날들이 아주 오래 계속되는 지친 영혼이라면 안개가 자욱한 새벽 북한강을 찾아 볼 일이다. 꼭 북한강이 아니어도 좋다. 거기에서 처음같은 신선한 새벽강을 마주할 것이고 꺼져가는 삶의 절망에 새로운 희망을 건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다시 듣고 나니 문득 늘 희망은 우리 곁에 있는데 그 희망을 멀리한 건 삶에 지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수 정태춘은?

언제나 변방의 가수이기를 자처한 정태춘도 어느덧 지천명이라는 나이 오십 중반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말에는 노래인생 30주년을 맞아 조촐한 기념식도 가졌다. 그는 70년대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80~90년대 격동의 한 시기를 고집스럽고도 오롯하게 건너왔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그는 늘 시위현장이나 사회 최하위 계급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을 지키며 묵묵히 기타를 튕겼다. 스스로가 낮은 데를 바라보며 약자와 소수자 편에 서 대변자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거리의 가수' 혹은 '거리의 투사'라고도 부른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인생과 노래의 동반자인 아내 박은옥이 함께한다. 둘이 듀엣으로 부른 여러 곡의 사랑노래는 시인들마저 흠모해 한국의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가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 이후 세상과의 소통을 멈춘 상태다. 그에게 있어 세상과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아직도 먼 듯하다...




북한강에서-정태춘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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