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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그 인기비결!

대중문화 엿보기

by 펜아우라 2009. 3. 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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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EBS스페이스 공감' 공연장면>


대중문화가 활짝 꽃핀 시대라 수 많은 대중스타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다. 그들은 빼어난 활약으로 많은 이들을 울고 웃기며, 우리들 삶의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대중과 스타의 공생 관계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TV와 영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스미디어가 급속히 팽창한 지금은 그 흐름이 눈부시도록 빠르다. 이런 흐름에 작년 중반부터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가 있다. 가요계의 주류 가수나 그룹보다 더욱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 주인공. 언제부턴가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이 낯선 이름은 주위에서 무시로 거론되며 몹시 궁금증을 자아내던 그룹이었다. 


홍대클럽과 일부 인디밴드 매니아층에게만 알려졌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EBS의 '스페이스공감'과 '이하나의 페퍼먼트' , MBC의 공연 '난장' 같은 전문 라이브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에는 그들 공연실황과 인터뷰가 담긴 수 십여개의 동영상이 올라 있다. 또 그들의 공연모습과 공연 포스터 패러디물이 이미 여기저기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자연스럽게 적잖은 매니아층이 형성돼 그들의 공연에 열광하고 있다. 인디음악계의 서태지로 불리며 부쩍 높아진 인기로 그들이 직접 수공업으로 제작한다는 1집 음반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불티나게 판매중이란다. 


이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 라이트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위해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그들의 활약상을 엿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인기비결은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직업이 가수인 그들의 특성상 독특한 음악성이 그들 인기비결 1순위로 꼽힌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팝칼럼니스트인 임진모 씨는 음악성에 촛점을 맞춘 그들의 평가에서 "기존 후크송(짧고 매력적인 반복구가 있는 노래)에 식상한 사람들이 독특한 가사와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로부터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장기하가 부르는 랩과 노래는 새로울 것도 없는 종전 한국가요의 '포크록'이며 다만 랩은 기존 서태지나 랩퍼들의 그것과는 다른 낭송에 가까운 랩이어서 더욱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소녀시대니 원더걸스니 이들의 히트곡들을 보면 대부분의 가요들이 이 '후크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송대관 태진아 박현빈 장윤정 같은 트로트 가수들 역시 이 '후크송 효과'를 무시하고 히트곡을 생산할 수 없었던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장기하식 독특한 가사와 창법, 안무의 등장은 그 자체가 신선함이 아닐 수 없었다. 



장기하(편의상 여기서부터는 장기하 개인에 글의 촛점을 맞춘다. 그룹의 노래 대부분을 작사.작곡하고 공연기획까지 도맡아 하는 그의 활약에 감안해서...)의 노래를 들은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의 노래는 시시콜콜할 정도로 일상적인 생활상을 묘사한 노랫말로 이뤄져 있다. 1집의 대표적인 히트곡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나를 받아주오> <아무것도 없잖어>등을 들으면 일상이 적나라하게 독특한 가사가 특징이다. 


아래 장기하와 얼굴들의 대표곡 <싸구려 커피/작사.작곡 장기하>을 보자.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문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하고 찢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같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땃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은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독특한 가사다.  실업자나 백수쯤으로 보이는 화자(노래하는 자)가 고단한 일상을 불평하듯 중국산 싸구려 봉지 커피에 빗대어 체념조로 툭툭 던지는 노래.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희망이 엿보이지 않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가사의 노래를 장기하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시니컬하게 불러재킨다. 거기에 노래 중간(궁서체) 랩 부분은 노래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준다. 임진모씨가 평가한 것처럼 랩이라고는 하나 종전 우리가 알고 있던 빠르고 현란한 랩퍼들의 랩이 아닌 그저 밋밋한 느낌의 낭송 수준에 가까운 랩을 무덤덤하게 부르고 곧바로 다음 노래가사로 이어진다. 실제 라이브 현장에서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와'하는 함성으로 환호한다. 거기에 산울림의 김창환 처럼 툭툭 던지거나 읊조리는 창법이 묘하게 뒤섞여 흡입력을 갖는다. 진지하리만치 엄숙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장기하를 보면 송창식이 무슨 도사 같은 풍모로 허수아비 춤 추며 노래하는 모습도 연상돼 이 가수 저 가수 퓨전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의 공연실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이건 머 강병철과 삼태기도 아니고" 하며 낯설음과 신선함의 경계를 알듯모를듯함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장기하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의 롤 모델로 80년대 유명그룹 송골매, 산울림, 사랑과 평화, 송창식, 한대수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배철수와 김창환에 대한 오마주의 표시는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실제 유명세를 타고서 여기저기 라디오와 방송 출연에 불러다니다 배철수를 방송국에서 만난적이 있는 장기하는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입니다"라고 말했고, 배철수는 담담하게 "고맙네"라고 화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김창환은 장기하의 노래를 듣고 '뽕짝 필'이 난다고 평했다. 속내야 어찌됐든 그룹들이 음악의 시작을 너도나도 해외 그룹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일반화 된 한국의 현실에서 자신의 음악을 존경하고 따라한다는 이 젊은 친구가 어찌 고맙고 이쁘지 않을쏘냐...!


장기하와 얼굴들 두번째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장기하 작사.작곡>를 보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맨 처음 뜨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던 여행길을

매번 달이 차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말을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 지 몰라 지레 겁 먹고 벙어리가 된 소년은

모두 잠든 새벽 네시 반쯤 홀로 일어나 창밖에 떠 있는 달을 보았네

하루 밖에 남질 않았어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그걸 놓치면 영영 못 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가자. 가자.

오늘도 여태것 처럼 그냥 잠 들어 버려서 못 갈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소년의 눈에는 저기 뜬 달이 너무나 떨리더라

아 아 아 달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아 아 아 그걸 놓치면 절대로 못 가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가자.


                                                                                     <사진출처-'장기하와 얼굴들' 블로그>


경쾌한 기타반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압권은 아무래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또하나의 인기비결인 백댄서 겸 코러스 미미 시스터즈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긴 생머리에 까만안경을 쓰고, 아직껏 단 한차례도 안경벗은 얼굴을 공개한 적 없다는 그녀들이다. 철저하게 신비주의 콘셉트로 일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이미 그 자체가 장기하와 얼굴들 인기비결의 큰 몫으로 지위하고 있다. 장기하 역시 여러 인터뷰에서 이들의 인터뷰를 대행하며 신비주의 마케팅에 암묵적인 동의를 보내고 있다. 말 한미디 없이 장기하 만큼이나 무표정한 얼굴로 이들 셋이 무대에서 한 몸이 돼 진지하게 춤추는 것을 보면 처음엔 폭소하다 나중에 그 진중함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영민한 장기하와 그의 동료들은 노래 말고도 그들의 생명력을 오래 가져가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미미 시스터즈를 활용하고 이들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장기하는 스타 마케팅과 인기 관리법 같은 대중과의 효과적인 접촉에도 일가견을 갖추고 있다. 


                                                                                  <사진출처-'장기하와 얼굴들' 블로그>


그렇다면 그룹의 리더 장기하를 보자. 장기하는 82년생으로 우리나이 올해 28이다. 귀공자풍의 곱상한 외모에 까만 뿔테안경을 착용한 얼굴은 사뭇 지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그는 연예계의 몇 안되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스펙을 자랑한다.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중이 그의 학력이다. 김태희 서경석 이상윤 등 최근 부쩍 그 수가 늘고 있는 연예게 서울대 학파 딴따라 중 한명이 장기하다. 그 자체로 이미 서울대 출신에 대한 무한한 호의와 관대함을 갖고 있는 언론과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은 팀의 드러머 김현호 역시 서울대 지리학과 재학중이다. 인디밴드로 출발했지만 대중 앞에 서기 위해 기획부터 치열한 준비와 구상을 거쳤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노래는 철저하게 대중가요라며 어떤식으로든 마음껏 즐기고 갖고 놀아달라는 주문을 한다. 아직은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기존 연예인이 갖기 쉬운 권위와 사고의 틀에서도 한결 자유로운 것도 그의 매력중 하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은 2005년인가 방송중 성기노출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킨 '카우치' 이후 주춤했던 인디밴드의 재관심이라는 데도 의미가 크다. 적어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최근 영화 '워낭소리'의 성공과 함께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주 동력이 되고 있다. 


대중의 호응도에 따라 어떤 스타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이는 반짝스타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이른바 스타의 명멸. 대중문화계가 갖는 속성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들의 모토로 내걸고 있는 "지속가능한 딴따라 짓"을 계속 이어가며, 시대의 한 획을 긋는 대중스타로 자리매김 할지, 그 반대일지 이제부터 본격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참고-'장기하와 얼굴들' 관련 블로그--.http://blog.naver.com/beatle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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