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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의 경제별곡] 뿌리 찾는 특별한 여행 설, 달라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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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아우라 2017. 1. 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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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의 경제별곡] 뿌리 찾는 특별한 여행 설, 달라진 풍경

이완재 기자  /  aura@ftoday.co.kr  /  2017.01.30  13:21:05

  

▲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대전중구평생학습관에서 다문화가정 전통예절교육이 열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설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완재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가 끝이 났다. 대체휴일까지 포함해 3박4일 다소 짧았던 이번 연휴는 아쉬움과 함께 후딱 지나갔다. 우리 민족에게 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조상과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이다. ‘게르만의 대이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추석과 함께 2대 대명절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땅의 설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그 번잡함만은 여전하다. 올해도 귀성길은 예사롭지 않았다. 설이 다가오자 방송에서는 앞 다퉈 서울을 기준으로 전국 주요 도시까지 예상 소요시간을 보도했다. 비행기나 철도가 아닌 이상 승용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귀성길은 명절 때면 차량 지정체로 평소보다 긴 이동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고향을 찾는 일이 녹록치 않은 수고로운 일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최근 몇 년새 도로확충과 SNS를 기반으로 한 교통정보 시스템의 발달로 귀성길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광주, 부산까지의 귀성길은 10시간을 훌쩍 넘기곤 했다. 혹여 폭설이라도 내리는 기상악재 시는 하루 꼬박 걸려 고향집에 도착한 때도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늦어도 5~6시간이면 전국 어떤 지역도 도착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기자도 올해 4시간여를 달려 남쪽 고향을 다녀왔다. 가기 전 고속도로 상황을 살펴본 후 체증이 덜한 시간을 확인하고 취약시간대를 이용해 출발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적절하게 옮겨 타며 비교적 여유롭게 고향을 다녀왔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연휴 기간 교통사고와 가족 불화사건 등 사회기사는 안타까움과 함께 적당한 긴장감으로 작용했다.

 

아내와 번갈아 한 운전은 그만큼 조심스러웠고, 가족들과 만나 술도 기분 좋게 적당량을 마셨다. 덕분에 운전시간은 다소 길어졌지만 안전하게 고향을 다녀올 수 있었다. 부모와 형제간에 평소 못 나누던 이야기도 좋은 음식과 술로 화기애애하게 나눌 수 있었다.

 

40여 가구가 채 안 되는 고향마을은 매년 갈 때마다 상황이 달라져 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한 분 한 분 운명을 달리해 사람 수도 크게 줄었다. 어머니를 통해 “누구 누구네 아버지가 몇 개월 전 노환으로 세상을 달리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네 골목마다 시끄럽던 예전의 명절 분위기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도그럴것이 많은 집들이 어르신들의 운명으로 빈 집이 돼 있다. 홀로 남은 어머니들은 대처로 나간 자식들을 찾아 역귀성 해 마을은 쓸슬하다 못해 정적이 감돈다.

 

10여년 전만해도 고향을 찾아온 자식들과 친척들로 복작대던 동네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없다. 마을회관 당산나무 아래서 멍석을 깔아놓고 윷놀이를 즐기던 어른들의 모습도, 그 흥겨운 윷판을 기웃대며 구경하던 아이들과 개들도 이젠 없다. 저 윗동네에서 아랫동네까지 순례하듯 집들을 방문해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던 모습도 사라졌다. 세배를 받을 어른도, 세배를 할 젊은이도 사라진 동네의 현실이다.

 

그나마도 7남매 다복한 가정을 이룬 기자의 집은 4명의 아들이 찾는 동네에서 몇 안되는 시끄(?)러운 집이다. 어머님을 중심으로 아들형제와 며느리 손자까지 모여 숯불에 고기를 구어 막걸리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즉석에서 올 대선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신랄한 평가와 토론도 이뤄졌다. 어느 집에건 있을법한 명절 밥상머리 정치 이야기다. 같은 형제지만 각 후보들에 대한 시시비비와 호불호는 분명히 엇갈렸다. 그 이유와 정치색도 여느 정치평론가 못지않게 사뭇 예리했다. 그러나 결론은 한 목소리로 모아졌다. 지금의 정치와 지도자로는 보다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 뒤엔 올해 대학과 영재학교에 합격한 두 조카녀석들로 화제가 이어졌다.

 

짧은 1박2일의 시간을 뒤로하고 어머니가 싸주는 음식들을 챙겨 다시 귀경하니 연휴도 막바지다.

 

가고 오는 시간 길 위에 뿌리는 경비와 시간, 불의의 교통사고 등 그 고충을 생각하면 명절은 그 자체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설 풍경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 설의 규칙들을 버리고 현대식으로 변용시킨 신(新) 설 풍경이 그것이다. 바뀐 고향 설 모습만 보더라도 예전의 아날로그적 낭만은 없다.

 

그럼에도 고향을 잊지않고 찾는 데는 내 뿌리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고 싶어도 갈 고향이 없는 우울한 처지도 많다. 혹자는 명절 무용론을 주장하지만 아직은 명분이 약해 보이는 이유다. 풍경과 세태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그것에 순응하며 즐기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묘미다.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다. 고향에서 받은 기운을 힘차게 풀어보자. 나랏일도, 개인사도 술술 풀리는 신명나는 정유년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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