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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짜장면이라 허용한 국립국어원의 때늦은 결정

시대의 눈 정통미디어 '이슈인팩트'

by 펜아우라 2011. 1. 2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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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국민의 대다수가 우리말 사용의 규범이자 근간이랄 수 있는 맞춤법(정서법)의 규제 하에

'짜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지 못하는 남다른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는 국립국어원의 맞춤법 규정에 의한 얽메임 때문이었고,

그것은 곧 언어의 자유를 구속당하는 불편부당한 법령이었다.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언중言衆들은 짜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면서도

표준어가 아닌 비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남 모르게 괴로워해야 했다.

그것은 우리말을 배우는 전문가 집단층이나 비집단층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한 불편함이었다.

즉 언어의 자유에 대한 무언의 구속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개원 20주년을 맞이한 국립국어원(권재일 원장)이 모처럼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고 주목 받고 있다.

지금껏 불편하게 사용해왔던 짜장면과 자장면을 둘다 사용할 수 있도록 복수표준어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이다.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사안을 제대로 본

국립국어원의 소신 있는 판단이라 눈에 띈다.

이로써 대중 다수가 원하는 해묵은 갈등의 끈을 끊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짜장면이란 음식은 '자장면'이라 부를 때보다 '짜장면'이라 부를 때 제대로 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그래야만 대화자 간 이해도나 소통감도 훨씬 좋다는게 정평이다.

말에서 품어나오는 느낌, 즉 뉘앙스가 짜장면 쪽이 훨씬 더 좋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국립국어원의 정책은 '자장면'이라는 표준어로 불리기를 강요(?)해 와

많은 사람들의 불편함이 이마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짜장면은 서민들의 보편적인 음식으로 고유명사로 굳은 단어여서

그 불편함은 은근히 컸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말 깨나 구사할 줄 안다는 식자층이나 방송인들에 의해 자장면으로 발음되는 모습에서는

그 불편한 정서란 두 갑절 불편한 것이었다.

 

 

권재일 국립국어원 원장은 이번 복수표준어 시행 방침의 배경을 놓고

"규범이 언어생활을 옥죄어서는 안 됩니다. 온 국민이 다 '짜장면'이라고 하고 있는데 규범은 '자장면'이에요. 표준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짜장면'을 예로 들고 있어요. 자장면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둘 다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면 사람들은 마음 놓고 말을 할 수 있고 (단어들은) 경쟁을 통해 어느 하나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나래'(날개), '뜨락'(뜰), '떨구다'(떨어뜨리다) 등 흔히 쓰이는 35개 비표준어 단어들을

복수표준어로 삼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말 사용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그 불편함 또한 한결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국어원의 합리적인 결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아래 국민일보에 실린 관련 기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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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 “온 국민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복수 표준어로 인정해야죠”

국민일보 | 입력 2011.01.24 17:26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서울

 

"규범이 언어생활을 옥죄어서는 안 됩니다. 온 국민이 다 '짜장면'이라고 하고 있는데 규범은 '자장면'이에요. 표준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짜장면'을 예로 들고 있어요. 자장면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둘 다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면 사람들은 마음 놓고 말을 할 수 있고 (단어들은) 경쟁을 통해 어느 하나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1일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이날 권재일(57·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원장을 서울 방화동 국립국어원에서 만났다. 그는 "내음(냄새)·손주(손자)·허접쓰레기(허섭쓰레기) 등 자주 쓰이지만 비표준어인 단어들을 복수표준어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이다"라며 "앞으로도 자주 쓰이는 비표준어 단어들에 대해 복수표준어화 작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표준어화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직속 국어심의회 소위원회는 권 원장이 언급한 단어 외에도 '나래'(날개), '뜨락'(뜰), '떨구다'(떨어뜨리다) 등 흔히 쓰이는 35개 비표준어 단어들을 복수표준어로 삼기로 결정했다. 이 안이 확정되려면 국어심의회 본회의에서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실상 확정이나 마찬가지다. 35개 단어 외에 '짜장면'을 '자장면'과 함께 복수표준어화하는 안도 논의됐으나 보류됐다.

"예전에도 '멍게'를 복수표준어로 인정한 적이 있지요. 온 국민과 포장마차가 다 '멍게'라고 하는데 표준어는 '우렁쉥이'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88년에 '멍게'가 표준어로 인정됐지요. '쇠고기'와 '소고기'도 복수표준어입니다. 표준어 규범이 형법은 아니지만, 그전까지 '멍게'라고 말하는 국민들은 모두 규범을 어기고 있었던 셈입니다."

언어학자로서 '규범이 언어생활을 지배할 수는 없다'는 권 원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인터넷 신조어에 대한 의식도 적극적이었다. "물론 신조어를 사전에 등재하거나 표준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력이 짧은 것도 많기 때문에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그 용어를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유심히 봅니다. 신문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신조어를 쓰기 시작하면 일반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복수표준화 작업 외에도 국립국어원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사업 중 하나가 전문용어의 국어화다. 권 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34만개의 각계 전문용어를 2012년까지 우리말로 고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각 학계의 전문용어를 쉬운 한자말이나 토박이말로 바꾸는 게 첫 번째 일입니다. 또 여러 용어가 있을 경우 한 가지로 통일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용어를 다듬은 후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사전에 등재해 표준어화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듬은 용어가 정착해야 하는데, 아무리 잘 다듬어도 국민이 사용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니까요."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2012년까지 1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의학·건축·물리학 등 17개 분야의 전문용어를 한국어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국어 순화 운동을 벌이며 연구 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권 원장의 설명. 그는 "전문용어를 국어화하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말은 소멸되지는 않더라도 필리핀의 타갈로그어처럼 생활 언어로만 쓰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어화된 전문용어는 2013년부터 개방형 사전에 등재된다. 그 후 순화된 전문용어가 살아남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언중(言衆)들의 언어생활에 달린 일이다.

이 외에도 국립국어원은 방언 보존과 한국어 사용 인구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1억명 정도가 한국어를 사용하면 한국어의 기반이 탄탄해지리라 본다"는 권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2400만명 정도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필요해 한국어 교사 양성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경제·문화적 위상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고. 한편 국립국어원은 20주년을 맞아 종이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과 세종학당 현판 등을 넣은 '기억상자(타임캡슐)'를 묻는 행사를 가졌다. 기억상자는 2031년 개봉될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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